긴 상영시간과 의문의 쿠키영상으로 화제인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 (The Batman, 2022)을 보고 쓰는 리뷰이다.
스포일러가 포함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영화를 관람한 뒤 읽어주시길 바란다.
새로운 성격의 배트맨
먼저 MBTI검사를 해본다면 'I'유형 일 것 같은 새로운 배트맨을 연기한 브루스 웨인 역의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의 연기가 선과 악 사이에서의 모호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트맨 그 특유의 느낌을 잘 보여준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이번 더 배트맨은 새로울 수 있는 탐정 영화의 구성으로 영화를 전개해 나가고 있어 2시간 56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을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풀어낸 방식에 마치 오토 플레이가 가능한 핸드폰 추리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전의 배트맨들과는 조금 다른 사교계의 스타 같은 느낌이 아닌 바깥세상을 등진 도피를 선택한 새로운 배트맨의 모습은 복수를 동기로 고담시의 악당들에게 부모의 죽음을 화풀이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였고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의 악역 캐릭터로 등장한 리들러 역의 폴 다노(Paul Dano)와 '복수'라는 같은 동기로 움직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두 캐릭터가 충돌한다. 전의 배트맨들 보다 더 미국적이고 둔탁한 느낌의 남성미가 느껴진다. 새로운 배트카가 머슬카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는것도 액션 장면에서 총을 맞으며 싸우거나 뒤통수를 맞는 등의 연출을 보여주여 더 둔탁하고 거친 느낌의 미완성의 배트맨의 모습을 표현한다.
전 세대를 거부하는 신세대
영화에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이 동질감을 느끼는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오프닝에서 망원경으로 시장의 집안을 살펴보던 리들러(물론 리들러 임은 나오지 않지만 정황상 리들러라는것을 알 수 있다.)의 모습은 나중에 조이 크래비츠(Zoë Kravitz)가 연기한 셀리나 카일의 집안을 들여다 보던 배트맨의 모습과 일치한다. 리들러와 배트맨은 '복수'를 공유하는 '고아'라는 점에서 같은 것으로 그려진다.(물론 리들러는 배트맨과 자신은 다르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죽은 시장의 아들을 바라보며 배트맨은 자신과 부모를 잃은 마음에 대하여 동질감을 느낀다. '악당'이 '부모님을 살해'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셀리나 카일과 '부모의 유산'과 싸우며 '복수'한다는 점을 공유한다. 다만 셀리나 카일은 부모에게 '복수'를 원하지만 배트맨과 다른 도시로 떠나 부자들에게 도둑질을 하면서 살자는 대사에서 볼 수 있듯 그녀의 목표는 그의 부패한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다.(그녀에게는 정의일 수도 있지만) 결국 그런 이유에서 배트맨과는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서로 다른 길로 바이크를 몰아 다른 길에 올라선다. 새로운 배트맨은 부모님의 유산이 부패한 것을 확인하고는 죽은 시장의 아들 처럼 '악당'이 '부모님을 살해'한 경험을 더 이상 후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악습을 끊고자 노력한다. 그중에 등장하는 것이 리들러의 방파제 폭파이며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처럼 부패한 세상을 물로 정화하려고 한다. 그것이 리들러에게 있어서의 부패한 세상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 제일 처음 시작하는 죽은 시장과 죽은 시장 아들의 '칼로 시장을 쓰러뜨리는 장난'이 이것의 복선으로 볼 수도 있다.
선과 악의 모호
물론 배트맨은 선이다. 그러나 히어로로서 본다면 배트맨은 가장 선과 악이 모호한 캐릭터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의 더 배트맨 이전의 히어로 영화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만 보더라도 이번 더 배트맨과 비교하면 훨씬 가볍고 주제 또한 유아적이게 보일 정도로 이번 더 배트맨은 무겁고 어두운 주제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배트맨을 다룬다. 본인을 '복수'라고 칭하면서 악당들을 자경단으로서 폭력을 행하고 다니는 그에게 그래서 경찰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못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법의 바깥에서 법을 집행한다고 하니 경찰의 눈에는 배트맨이 어떻게 보일 것 인가? 또한 배트맨과 차량 추격신을 보여주는 펭귄의 시점에 서서 바라보는 배트맨은 지옥에서 온 사자 바로 그 자체이다. 불구덩이 속에서 불붙은 차로 추격을 가해 차량을 전복시키고 검은 실루엣으로 망토를 펄럭이면서 다가오는 그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표현을 엿볼수 있었다. 홍수로 물이 차오른 곳에서 배트맨은 몸을 던져 시민들의 감전을 막고 그 빠진 물속에서 나와 횃불처럼 보이는 조명탄을 손에 들고 새로운 시대를 뜻하는 죽은 시장의 아들과 새로 시장에 당선된 여성 흑인 시장을 무너진 무대에서 구출하기 위해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 먼저 나온 것은 죽은 시장의 아들로 그가 먼저 배트맨이 내민 손을 잡고 나오자 새시장 또한 배트맨의 손을 붙잡고 나와 횃불처럼 보이는 조명탄으로 빛을 밝히며 나아가는 배트맨의 뒤를 구출된 고담 시민들이 따라가는 모습에서 물로써 정화된 뒤의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어쩌면 신화적이게 까지 보이게 연출한 것이 이전 배트맨과 다른 방식의 탐정 영화 구성을 취한 더 배트맨의 새로운 삼부작을 위한 첫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액션만을 즐기기에는 그리 좋은영화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찾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는 영화였다.
리들러 역할의 폴다노의 열연에도 분량이 적은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문화 일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퍼 히어로의 MBTI는? 1편 (0) | 2022.03.15 |
---|---|
안치환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김건희 겨냥 논란, '평가와 해석은 듣는 이의 몫' 해명 (0) | 2022.02.14 |
프로젝트 님, 인간으로 길러진 침팬지 이야기(Project Nim, 2011) (0) | 2022.0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