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일타

프로젝트 님, 인간으로 길러진 침팬지 이야기(Project Nim, 2011)

by 일타 2022. 2. 9.
728x90

1973년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허버트 테라스는 인간의 언어 습득 과정을 밝히기 위해 침팬지를 일반 가정에서 키우고 인간의 아이와 똑같이 인간의 언어(수화)를 가르치는 실험을 기획했다.

허버트 테라스의 이 도발적인 실험은 언어가 인간이라는 종의 내재적 특성이라고 주장하는 노암 촘스키의 언어 이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의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 선택된 침팬지는 1973년 11월, 오클라호마의 연구소에서 태어난 아기 침팬지로 이 새끼 침팬지는 님 침스키라는 이름을 얻었고, 실험은 ‘프로젝트 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 실험은 2011년작 다큐멘터리로도 개봉되었다.

'프로젝트 님'의 총책임자 허버트 테라스 교수는 실험에서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허버트 테라스 교수의 옛 제자이며 이미 8남매의 어머니였던 스테파니 라파지에게 부탁한다.

 

스테파니 라파지와 님

실험을 위한 아기 침팬지(님 침스키)를 출생 직후 의도적으로 어미와 떼어 놓은 뒤 인간을 어미로 인식하게 끔 모유를 주며 정말로 인간의 아이처럼 자라게 한다.

님은 이 8남매 가족에게 문제없이 잘 적응했다.

8남매 가족들 또한 님을 가족으로 여기며 님은 점차 성장해 나간다.

 

8남매의 가족과 함께 성장하는 님

실험팀은 어린 님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실험을 위해 8남매 가족에게서 독립시켜 언어를 교육할 준비를 시작한다.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여 슬슬 수화를 전문적으로 하는 가정교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의 로라 앤 페티토라는 학생이 가정교사에 지원해 실험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로라 앤 페티토 와 님

님은 그녀를 잘 따랐고, 그녀도 님을 아주 좋아했다.

님의 학습능력은 생각보다 좋아서 안아줘, 아래, 개, 열어 등의 수화를 금방 익혀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연구팀은 생각보다 좋은 님의 성과에 더 많은 기대를 하기 시작했고,

그에 호응하듯 님의 학습능력은 배우면 배울수록 더 배우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명세를 탄 님은 TV에도 출연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위협하는 님

그렇게 유명세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님에게 사춘기가 찾아온다.

연구팀은 훈육을 해보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야생의 동물이었다.

교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질 것을 알면서도 님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님은 가정교사에게 종종 상처가 남을 정도로 거세게 공격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님

위 사진은 고양이를 안게 해달라고 직접 수화로 부탁해 고양이를 안고 있는 님의 모습이다.

님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를 안을 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함께 사는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렇게 성장하는 도중 님은 연구팀을 놀라게 하는데, 바로 님 자신이 먹고 있던 것을 수화로 달라고 요구하면 자기의 입으로 가져가다가도 달라고 요구한 사람에게 주기도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야생의 동물은 그냥 먹을 것을 양보하는 일은 있어도, 님처럼 의사소통을 통한 양보는 볼 수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님은 사춘기에 이르러 가끔 화를 참지 못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는 화가 풀리면 미안하다는 수화로 사과를 하곤 했다.

그리고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시간을 굉장히 지루해했다.

 

화장실에서 응석부리는 님

님은 수업시간에 도망치려 가끔씩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곤 했다.

이렇게 사춘기를 응석받이로 보내던 님은 결국 사건을 일으키고야 만다.

어떠한 적의도 없이 그저 님을 그저 안아주려고 하던 연구팀의 볼에 구멍이 뚫릴정도의 큰 상처를 입힌 것이다.

님은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보며 미친 듯이 사과했지만 사과가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그녀는 님의 베이비시터이자 친구였는데, 거의 다 자란 성체에 가까운 님에게는 그저 여느 수컷들처럼 본능적으로 무리 내에서 힘을 과시하고 싶은 습성이 남아 있던 것이다.

 

님의 문법 표현

 

또한 슬슬 교육에서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님은 단어를 알고 사용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단어의 순서를 맞춰서 조합하는 것, 즉 문법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다.

위의 사진처럼 '줘 오렌지 나 줘 먹는다'로 말할 때도 ' 오렌지 나 먹는다 오렌지 줘'라고 말할 때도, '나 먹는다 오렌지 줘 나 너' 등 

문장을 조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허버트 테라스 교수는 결국 프로젝트 중단을 지시한다.

하지만 그렇게 중단된 프로젝트를 뒤로하고 너무나 사회화되어버린 님은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는 너무나 중간계의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그 무엇.

 

우리의 침팬지를 본 님과 님을 바라보는 연구진

결국 연구진들은 처음 님의 부모에게서 데려온 그 사육장으로 님을 돌려보내기로 한다.

님의 사육장 적응을 위해 님의 또래 친구 침팬지를 데려와 적응교육을 시작했다.

그 또래 침팬지는 무리에서 가장 약한 수컷으로 공격성이 적고 소극적인 개체를 선별했다고 한다.

이 결정을 끝까지 반대한 연구진도 있었으나 총책임이었던 허버트 테라스의 결정이었고,

다른 대안도 없었기에 연구진들은 님이 가장 아끼던 인형을 우리에 넣어주고 돌아갔고 그렇게 님은 차디찬 철창 안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님은 8남매의 가족이었을까, 단지 한낱 실험체 였을까?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한 마리 동물의 영혼에 큰 상처를 남겨 버렸다.

 

사육장 속의 님

그렇게 님은 그 침팬지 사육장의 사육사로 있던 밥을 만나 사육장에 적응해 살아가던 님은 어느 날 다시 돌아온 허버트 테라스 박사를 만난다.

 

반가워하는 님과 글르 안고 있는 허버트 테라스 박사

그를 미친 듯이 반가워하는 님과 달리 허버트 박사는 실험에 관심을 가진 언론에 의해 님을 찾아온 것으로 님은 잘 기억하고 잇던 수화로 허버트와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시 허버트 교수가 자신을 데려가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다시 버려졌다고 생각한 님은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울기만 했다.

그런 님의 상처를 달래주는 건 사육사 밥뿐이었다.

밥 또한 님의 특별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수화를 배워 소통하기 시작하여, 님은 다시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979년,

허버트 테라스 교수는 방송에 출연하여 실험이 실패했음을 세상에 알린다.

그렇게 연구에 쏟은 시간들은 물거품이 되었고, 이제는 님만 남았다.

님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놀자'였다.

밥은 그런 님을 놀아주고 , 때때로 대마초도 주었다.

나중에는 님이 수호하로 대마초를 요구하기도 한다.

 

대마초 피는 님

 

그렇게 님은 사육장에서 여자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는데,

침팬지 사육장에 재정난이 닥쳐 사육장의 경영자는 침팬지들을 모두 뉴욕대학교 임상 실험장에 매각한다.

특별한 침팬지였던 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인간에게 안전한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쥐와 침팬지를 거쳐야 했기에...

임상 실험장은 그야말로 침팬지들에게 지옥이었다.

 

임상시험장의 침팬지

하루가 머다 하고 철창 밖에선 침팬지들이 고통에 지르는 비명소리에 이따금 축 늘어져 밖으로 실려나가는 침팬지들을 지켜봐야만 했던 님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다.

임상 실험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님의 특별함을 알고 벽에 수화를 몇 개 적어 붙여 그와 소통하기도 했지만, 

님도 결국 이런저런 약물을 투여받아야만 했던 일개 침팬지에 불과했다.

이런 생활 속에서 밥과 님을 사랑하던 소수의 연구진들이 님을 구해내기 위해 법정 싸움에 돌입하지만, 그를 구해내는 데는 실패한다.

그러나 그 법정싸움이 미국에 널리 알려져 한 부유한 농장주가 거액을 주고 연구소에서 님을 구해오기로 결정한다.

님이 이사 온 이곳은 그야말로 상처 입은 동물들에게 낙원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님은 굉장히 우울해했고, 농장주도 이런 님을 위해서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우리의 문을 열어 두고는 했다.

그럼에도 마음에 상처를 입은 님은 무기력하게 있다가 사육장 내의 TV를 부수고, 농장주의 애완견을 벽에 던져 죽이는 등의 폭력성을 보여 더 이상 우리의 문을 열어줄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님은 갇혀 살아야만 했다.

 

새로운 농장에서 다시 갖혀지내는 님

어느 날 농장에 님의 손님이 찾아왔다.

님의 유년시절 엄마 역할을 맡은 스테파니였다.

님은 그녀를 알아보자 굉장히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님을 보고 농장 직원들은 그녀가 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녀는 한사코 자신을 공격치 않을 것 이라며 우리안으로 들어갔다.

님은 그렇게 우리안으로 들어온 스테파니를 쓰러뜨리고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육 장안을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직원들은 총을 준비했지만, 님은 그녀를 죽일 마음은 없다는 듯 그녀를 향한 공격을 멈췄다.

그렇게 다시 긴 시간이 지나고 님에게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사육장에서 함께하던 밥이 찾아온 것이었다.

 

님을 찾아온 밥

밥은 농장주에게 우리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했지만, 일전의 사태로 인해 농장주는 그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님은 밥을 단번에 알아보고는 사육장에서와 마찬가지고 놀자고 수화를 걸었다.

밥과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님은 이후 동료 침팬지들과 잘 어울리게 되었고, 나름대로 농장에 적응하여 여생을 보냈다.

상처받은 마음을 친구 밥에게 조금이라도 치유받았던 걸까?

밥은 이후에도 농장에 자주 방문했고, 님은 그렇게 2000년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인간의 욕심으로 어미와 떨어져 사람의 교육을 받고 많은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님의 실화이다.

부디 다른 세상에서는 비극적인 사건 없이 행복한 시간들만 있기를 바란다.

728x90

댓글